인문학

감정을 들여다본 하루의 기록

마춤이 2025. 6. 22. 07:03

오늘 하루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누군가와 다툰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문득 문득 올라오는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 이유 없이 울컥하고, 갑자기 마음이 멍해지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고 싶은 그런 감정들 말이다. 아침부터 마음이 살짝 무거웠다. 날씨 때문도, 어제의 피곤함 때문도 아닌 듯한 이 무게감. 그냥 마음이 그렇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날이었다. 이럴 땐 예전의 나는 그 감정을 무시하거나,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덮어버리고 지나갔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조금 다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마음은 분명히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 나는 내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감정은 언어보다 빠르다. 논리보다 선명하다. 그리고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조용히,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억지로 풀어내거나 분석하지 않고, 다만 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거기 있었구나” 하고 다가갔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의 기록이다.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종종 이렇게 감정이 올라오곤 한다. 그 감정이 불편해서 빨리 사라지길 바라거나, 감정에 휩쓸려 스스로를 잃어버릴 때도 많다. 하지만 오늘은 그 감정들을 붙잡지 않고, 휘둘리지도 않고, 다만 그 자리에 두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어쩌면 나 자신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너도 괜찮아, 그 감정을 느끼는 너도 괜찮아.” 오늘 하루는 내 마음과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특별하지 않지만, 가장 의미 있는 대화였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감정을 들여다본 하루의 기록

1. 말하지 못한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중 대부분은 제때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 남겨지곤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지만 애써 괜찮은 척 넘겼던 순간, 서운했지만 괜히 분위기를 망칠까 봐 웃어넘긴 기억,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 앞에서 외면당한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지나쳤던 그 모든 순간들이 조용히 마음 어딘가에 쌓인다. 그리고 그렇게 눌러놓은 감정은 어느 날, 아주 조용하게,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 슬며시 고개를 든다. 오늘 나에게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음악을 듣다가, 내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멈춰 섰다. 그건 아주 오래전에 참았던 감정이었다. 말하지 못했던 내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었다. “그때 사실, 많이 서운했어. 나도 좀 알아줬으면 했어.” 그 목소리는 작고 떨렸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외면하고 지나친 감정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가, 때가 되면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건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내게 들려주는 말에는, 그때도 나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숨어 있다. 오히려 그 감정이 있어서 나는 그 상황을 견뎠고, 그 감정을 눌러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순간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오늘 그런 감정이 올라왔을 때, 나는 예전처럼 무시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조용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그래, 그런 감정이 있었지. 나도 그랬어.” 그 순간, 마음이 조금 풀렸다. 어떤 해답을 찾으려 한 것도 아닌데, 그저 그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감정은 우리가 들어주기만 해도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어쩌면 마음공부란 그렇게, 나에게 말하지 못했던 내 감정을 다시 만나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이 말도 못 한 채 혼자 남겨져 있었을까. “괜찮아”라는 말 뒤에, “나도 힘들었어”라는 말 하나 붙여주지 못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오늘 하루, 나는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잠시 앉혀두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눈물도 났고, 웃음도 났고, 허무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조용히 내 옆에 있다. 괜찮다. 이제는 내가 그 감정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했으니까. 외롭고 무섭고 답답했을 그때의 나에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땐 정말 힘들었지, 나 이제 네 편이 되어줄게.” 그렇게 오늘, 내 안의 오래된 감정이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맞췄다.

2.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

감정을 억누르는 건 순간적으로는 쉬운 선택이다. 상황이 불편해질까 봐, 관계가 깨질까 봐,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눌러버린다. 그러나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억눌린 감정은 우리 안에 쌓이면서, 신체적 증상이나 반복되는 감정 패턴으로 모습을 바꿔 나타나곤 한다. 울컥하는 순간에 과거의 상처가 겹쳐지고,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감정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오늘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감정이 올라올 때, 그걸 없애려 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왜 이런 기분이 들지?” 하고 분석하는 대신, “아, 이런 감정이 있구나” 하고 가만히 느껴보았다. 처음엔 어색했다. 마치 낯선 손님을 맞이한 듯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곁에 두고 있으니, 오히려 그 감정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감정은 받아들여질 때 고요해진다. 인정받지 못할 때 더 요동친다.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건 훈련이 필요하다. 반사적으로 감정을 눌러버리는 습관이 우리 안에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그 감정과 마주하며 느낀 건,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아도, 내가 나의 감정을 이해해주면 된다. 그 감정이 서투르고 조잡해 보여도, 내 안에서 올라온 진짜 감정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소중하다. 감정을 바라본다는 건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하나의 흐름처럼 바라보며, 그 중심에 서 있는 연습이다. 오늘은 그 연습을 조용히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때론 마음이 흔들렸고, 때론 눈물이 났지만, 결국 나는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다.

3.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물어보았다

감정은 이유 없이 올라오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사소한 일이라도, 내면 깊숙한 곳에는 그 감정을 끌어올린 뿌리가 있다. 오늘 나를 멈추게 한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아무도 무슨 말을 한 건 아닌데, 괜히 나만 소외된 듯한 느낌. 열심히 했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은 기분. 말로 표현하면 참 보잘것없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 감정이 밀려올 땐 마음 전체가 얼룩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감정이 올라왔을 때 억누르지 않고 처음으로 조용히 내게 물어보았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 질문 하나에 마음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감정의 실타래가 조용히 풀려가며 어릴 적 기억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상장을 나누어 줄 때, 나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정작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말했다. “나도 열심히 했는데 왜 아무도 몰라줘?” 엄마는 피곤한 얼굴로,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니. 그냥 지나가”라고 했다. 그때의 감정이 지금도 마음 어딘가에 얇은 막처럼 남아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려버렸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별것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 결론이 반복되어 오랜 시간 동안 굳어진 신념이 되었고, 오늘도 같은 감정을 통해 다시 떠오른 것이다. 감정을 들여다볼 때는 ‘왜 이러지?’라는 비난이 아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따뜻한 질문이 필요하다. 내가 나에게 그렇게 물어봐 줄 때, 비로소 마음이 대답한다.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억울함도 있었고, 서운함도 있었지만, 결국 나도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그 감정은 외면당한 아이가 조용히 손을 들고 “나도 좀 봐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 손을 보지 못하고 외면해왔다. 너무 약해 보일까 봐, 너무 감정적인 사람일까 봐, 성숙하지 못한 어른처럼 보일까 봐. 그런 두려움 속에서 내 감정은 표현되지 못한 채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도 괜찮다고, 말하지 못했던 그때의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지금의 내가 말해줄 수 있었다. “그때 서운했지. 지금도 그 기분이 남아있을 수 있어. 그건 너의 감정이니까 충분히 이해돼.”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있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건 그 감정을 사라지게 하려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다. 그리고 이해는 관계보다 깊은 연결을 만든다. 오늘 나는 내 감정과 그런 깊은 연결을 만들었다.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아프지만 치유의 시작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느끼는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정은 언제나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내가 겪어온 삶의 조각들 속에 있다. 오늘 나는 그 조각들을 애써 끼워 맞추지 않고, 그냥 조용히 펼쳐보았다. 그랬더니 퍼즐 조각 하나하나가 슬며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그렇게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하루는, 나를 이해하는 하루였다.

4. 감정을 나무처럼 두고 바라보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바라보는 일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는 일과 비슷하다.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세찬 바람에 가지가 크게 휘어지고, 이파리가 수없이 떨어지더라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다. 나무는 바람을 거부하지 않는다. 억지로 참지도 않는다. 다만 바람을 통과하게 두면서, 그 자리에서 존재한다. 오늘 나는 내 감정을 그런 방식으로 대하고 싶었다. 억누르거나 덮어두지 않고, 그렇다고 감정에 휩쓸려 무너지지도 않으며,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 흔들려도 괜찮다는 걸, 떨어지는 감정이 나를 해치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사실 우리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을 빨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길 때가 많다. 슬픔이 느껴지면 “기운 내야지”, 화가 나면 “괜히 예민해졌나 봐” 하며 감정을 분석하거나 부정해버린다. 하지만 감정은 나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 온 메신저다.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건, 감정이라는 손님을 문전박대하지 않고 차 한 잔 대접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다. 오늘의 나는 그 파도를 나무처럼 두고 바라보았다.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러자 오히려 감정이 나를 덮치지 않았다. 나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감정은 나를 흔들지만, 감정 자체가 내가 되는 건 아니다. 나는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의식’이고, 그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존재다. 이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가운데에 조용한 공간이 생긴다. 감정에 휩쓸린다는 것은, 마치 폭풍 속에서 중심을 잃고 휘둘리는 것과 같다. 반면 감정을 바라보는 태도는, 폭풍이 지나가더라도 중심을 유지하며 기다리는 일이다. 나는 오늘 그 연습을 해보았다. 갑자기 허무함이 밀려올 때, 이전의 나는 그 감정에 휘말려 “왜 이렇게 허무하지? 뭐가 문제야?” 하며 불안을 키웠다. 하지만 오늘은 “아, 지금 허무한 감정이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말하며 그대로 두었다. 나무처럼, 흔들리되 뿌리는 내리고 있는 느낌. 감정을 조용히 바라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그 허무함은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억지로 달래지 않아도, 내 안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자 감정도 덜 요동쳤다.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 흘러가게 허락만 해주면 된다. 어떤 감정이든 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흐름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그 이해는 마음에 뿌리를 내려준다. 나무는 자신이 자란 만큼만 흔들리고, 뿌리를 내린 만큼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인간도 그렇다. 마음을 바라보는 힘은 결국 반복되는 연습에서 생긴다. 오늘처럼 감정 하나를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하루가 쌓이면, 어느 날 마음 안에 든든한 뿌리가 내려간다. 감정이 찾아와도 더는 흔들리지 않고, 감정이 지나간 뒤에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마음의 힘. 오늘 나는 그 첫걸음을 디뎠다. 오늘 하루, 나는 여러 번 흔들렸다. 어떤 순간에는 쓸쓸했고, 어떤 순간에는 뜬금없는 눈물이 났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나를 지켜내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감정을 나무처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을 더 자주 해보고 싶다.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서 있는 나로.

5. 하루 끝, 마음에게 묻는 말 한마디

하루가 저물 무렵, 나는 조용히 마음에게 물었다. “오늘 나, 괜찮았어?” 그 질문은 누구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도 아니고, 무언가를 잘해낸 결과를 확인받고 싶어서 던진 말도 아니었다. 그냥,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한 질문이었다. 하루를 다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조금 가라앉았고, 그렇게 고요해진 순간에 마음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시끄러운 세상이 잠잠해지는 밤, 그제야 들리는 마음의 소리. 아무도 묻지 않던 그 말 한마디를, 나는 나에게 해보고 싶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 너는 정말 괜찮았어?”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누군가의 평가 속에 놓이곤 한다. 일은 잘했는지, 사람들과 잘 어울렸는지, 결과는 괜찮았는지. 그래서인지 ‘괜찮다’는 말은 종종 타인의 시선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진짜 괜찮은 하루란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스스로를 외면하지 않았고, 감정을 눌러두지 않았고,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다. 오늘 하루는 그 어느 날보다도 나의 내면을 자주 들여다본 날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아주 의미 있는 하루였다. 나는 오늘 몇 번이고 감정 앞에서 멈춰 섰다. 괜히 서운했던 순간, 이유 없는 불안이 밀려오던 때, 그리고 그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딴청을 피우고 싶었던 찰나. 그 모든 순간마다 나는 내게 말했다. “지금 이 감정, 그냥 그대로 두자. 도망치지 말자.” 그렇게 다가온 감정들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은 조금씩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마치 오랫동안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던 친구가, 비로소 내 손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처럼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작은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 그 반복 속에서 마음은 나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이제 너는 나를 외면하지 않겠구나. 이제는 나를 혼자 두지 않겠구나.” 오늘의 하루가 그런 신뢰를 조금이라도 쌓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하루는 아닐지라도, 내가 나를 알아주는 하루였기에 더욱 가치 있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다시 한 번 내 마음에게 말을 건다. “오늘도 수고했어. 나의 감정을 알아봐 줘서 고마워.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줘서 고마워.” 그러자 마음도 대답한다. “나도 고마워. 오늘 너와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았어. 비록 힘들고 아픈 순간도 있었지만, 너와 함께 버틸 수 있었어.” 그렇게 하루는 마무리된다. 바쁘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았다는 안도감, 잠들기 전에 내 마음에게 물어봤다는 충만함. 그것이 오늘 하루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마음은 정직하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마음도 나를 신뢰한다. 그 신뢰가 매일 조금씩 쌓이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나는 나의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 그 시작을 만들어 준 하루에게, 그리고 용기 내어 묻고 답한 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감정을 바라보는 일이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감상적인 일이 아니다. 그저 예민한 사람이 감정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니고, 눈물에 기대어 나약함을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다. 감정을 바라보는 일은 나를 진짜로 돌보는 일이다. 상처 입은 나를 이해하고, 외면당했던 나를 다시 초대하며, 놓쳐버렸던 마음의 소리를 다시 듣는 아주 본질적인 치유의 과정이다. 오늘의 나는 그 치유의 여정을 아주 조용한 걸음으로 걸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그렇지만 아주 확실하게. 마음이 조용히 말을 걸었고,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작고 낯설었지만, 내가 집중할수록 또렷해졌다. 어떤 감정은 익숙했지만 여전히 아팠고, 어떤 감정은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것처럼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 감정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바라보는 일은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배려이자 지지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여러 번 멈춰 섰다. 자동적으로 넘기고 싶은 순간,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눌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잠깐’ 하고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떤 이야기로 올라왔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 묻고 또 들었다. 그렇게 감정을 들여다보는 순간들, 그 안에 있던 나를 알아보는 순간들이 내 하루를 단단하게 채워주었다. 그것은 누구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결과도 아니고, 성취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가치 있는 하루였다. 사실 우리는 감정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다. 참아야 한다고 배웠고, 티 내지 말라고 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들키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언젠가 더 큰 고통으로 올라오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처음으로 진심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는 어떤 감정도 외면하지 않겠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겠다고. 울고 싶을 땐 울고, 조용히 있고 싶을 땐 그럴 수 있는 나를 허락해주겠다고.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돌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오늘의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나는 오늘 내 감정의 뿌리를 다시 바라보았고, 오래된 감정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가 나를 버티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에게 고맙다. 울고 싶을 땐 울었고, 말하고 싶을 땐 말했고, 조용히 있고 싶을 땐 그렇게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이 진짜 나였다. 가식도, 억지도 없이 나로 살아낸 하루. 내 안의 모든 감정들을 품은 채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 하루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 작은 연습이, 내일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괜찮다. 어떤 감정이 와도 괜찮다. 나는 나의 편이니까. 그리고 지금의 나로 충분하니까. 앞으로도 나는 감정을 무시하거나 싸우기보다, 그냥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바로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이며,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길이니까.

 

🌿 오늘의 확언:
💬 “나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나의 감정을 돌본 나에게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