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불신을 해소하는 대화의 기술

🕊 말은 했지만, 마음은 닿지 않았다

“그때 그 말, 진심이었어?”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어.”
“왜 그렇게 오해해?”

이런 대화, 익숙하지 않나요?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대화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대화는 때로 상처를 남기고,
때로는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은 분명 전해졌는데, 마음은 어긋나버린 거죠.

어떤 사람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가
돌아서며 “왜 나는 늘 오해받을까…” 하고 속상해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할 생각이 없구나…” 하고 등을 돌립니다.

이렇게 대화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이면서도,
잘못 엇갈리면 차가운 벽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 벽은 종종
‘말투’에서 시작되고,
‘표정’으로 오해를 더하며,
‘듣지 않음’으로 불신을 키우죠.

가족 사이에서, 연인 사이에서,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도
이런 벽은 생각보다 쉽게 생깁니다.
특히 감정이 얽힌 상황에서는
단어 하나, 눈빛 하나가 그 사람을 향한 전부처럼 오해되기도 하죠.

그래서 대화는 기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음공부’이기도 해요.

말을 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솔직하고 따뜻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오해를 풀고 불신을 치유하는 진짜 열쇠가 됩니다.

이 글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를 넘어
‘어떻게 들어주고, 느껴주고, 열어갈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서툰 말들 속에 숨겨진 진심을 꺼내보고,
상처 난 마음 위에 부드럽게 손을 얹는 그런 시간이었으면 해요.

지금부터,
말보다 깊은 대화를 시작해볼까요?

1. 오해는 말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다

사람 사이에서 가장 흔한 갈등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한마디 말, 한 줄의 메시지, 표정 없는 문자 하나.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각자가 다르게 해석하면서
관계는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말과 표정, 목소리와 기색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 전달 방식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말은 생각보다 더 제한적이고,
해석은 생각보다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그 사람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하는 오해가 생기고,
누군가는 상처받고, 누군가는 억울해진다.

한 사람이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말 속에 담긴 마음은 정말 괜찮다는 뜻일 수도 있고,
혹은 지금은 설명하고 싶지 않은 복잡한 감정의 회피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듣는 또 다른 사람은
그 말에서 안도의 뜻을 읽거나, 냉소 혹은 체념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말은 같지만, 마음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결국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말 자체가 아니라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말은 정보이지만, 해석은 감정이다.
말은 현재의 것이지만, 해석은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해석은 언제나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릴 적부터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사람은,
누군가의 무심한 말투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늘 비교당해온 사람은,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읽어낸다.
신뢰가 깨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정중한 말 속에서도 의심을 찾는다.

이처럼 오해는 ‘잘못된 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내면에 있는 해석 체계에서 시작된다.
그 체계는 살아온 환경, 겪어온 감정, 반복된 상처 위에 만들어진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이 ‘무례하다’, ‘차갑다’, ‘무관심하다’고 느껴질 때,
그 감정은 말의 의도 때문이 아니라
내가 지닌 해석의 방식 때문일 수도 있다.

이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가 깊을수록, 우리는 더 많이 오해하고 더 자주 다투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더 자주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고,
해석이 다를수록 오해는 깊어진다.

문제는, 그 오해가 쌓이면 결국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한두 번의 엇갈림이었을지 몰라도,
그 엇갈림이 반복되면 ‘이 사람은 날 이해할 생각이 없어’라는 단정으로 굳어진다.
그 순간부터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말은 오가지만, 마음은 서로에게 닿지 못한다.

그래서 대화가 어려운 건, 말을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내가 가진 해석의 렌즈가,
상대의 말과 마음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소통을 원한다면,
상대의 말을 분석하기보다
내가 그 말을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자기방어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이해에 가깝다.
‘나는 왜 이런 말에 민감할까?’,
‘지금 내 마음이 어떤 감정을 들고 있길래 이 말이 이렇게 크게 들릴까?’
그 물음에 천천히 답하다 보면,
오해는 차츰 풀리고,
말 너머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 뒤에 숨은 진심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다.
그 마음은 소란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해석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화는 다시 시작된다.

2. 불신은 침묵 속에서 자란다 

불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마음속에 자란다.
눈에 띄지 않게 시작되고,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조금씩 뿌리를 내린다.

사람들은 때로 말보다 침묵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그건 틀리지 않은 표현이다.
감정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 보일 때,
실은 그 아래에서 수많은 생각과 상상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의심,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
꺼내지 못한 서운함과 질문들이 마음속에 쌓이면
그것은 곧 ‘신뢰의 균열’로 이어진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포기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혹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괜히 더 큰 오해를 만들까 봐 침묵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이 멈추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그 벽은 처음엔 투명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꺼워지고 단단해진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은
때로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 기대는 더 커지는데,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마음이 반복되면
결국 서로의 진심은 계속 어긋나고 만다.

사람들은 흔히 “말 안 해도 알아주는 사람”을 꿈꾼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관계는 현실에선 흔치 않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살아왔고,
자라온 환경과 감정의 표현 방식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침묵이 반복되면 오해는 생기고,
그 오해는 설명되지 않은 채 쌓이며 불신으로 굳어진다.

불신은 말의 부재 속에서 자란다.
단 한 번의 설명 없는 행동,
단 한 마디로 정리된 감정,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지지 않는 대화 속에서
상대는 스스로 해석을 만들어낸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말해봤자 바뀌지 않아.”
“이젠 기대하지 않기로 했어.”
이러한 해석들은 사실 ‘실망’이라는 감정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 감정들이 마음에 쌓이고,
결국엔 관계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신뢰는 말로만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는 무너진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언제나 혼잣말이다.
그 혼잣말이 길어지면,
상대에 대한 마음보다
상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그 판단은 오랜 시간 굳어지며,
더 이상 대화할 이유조차 사라지게 만든다.

마음속에 쌓인 서운함이 대화로 풀리지 않을 때,
사람은 점점 말을 줄이고,
더 이상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처음에는 그저 실망이었지만,
이제는 기대하지 않음이 되고,
마침내는 무관심으로 변한다.
그 무관심이 오래 지속되면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길마저 사라져버린다.

이렇듯 불신은 감정의 폭발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만들어진다.
말을 멈춘 채, 감정을 닫은 채,
그저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불신은 자기 자리를 키워간다.

때때로 우리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사실
'이제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마음이 지속되는 순간,
관계는 더 이상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이지 못한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때론 분노보다 더 큰 거리감을 만든다.
적어도 화를 낼 땐,
아직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은
그 기대마저도 사라졌다는 표시가 되곤 한다.

불신은 그렇게,
가장 조용한 순간에 자란다.

3. 진심은 언제나 말 너머에 있다 

우리는 흔히 말을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말이라는 것은 종종 우리의 감정을 다 담아내기에 너무 작고,
너무 부족하다.

한 문장에 담을 수 없는 생각,
말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들.

진심은 언제나 말 너머에 존재한다.
그것은 말보다 더 깊고, 더 섬세하며, 때로는 더 애틋하다.

사람들은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를 원하면서도
사랑을 말로 확인받는 것에 불안해한다.
“사랑해”라는 말이 꼭 필요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 말에 담긴 마음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저 습관처럼 내뱉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묻는다.
“진심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거, 맞아?”
이 질문들은 결국,
상대의 ‘말’보다 ‘마음’을 확인하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말에만 집착하게 된다.
말의 뉘앙스를 파헤치고,
표현의 방식에 민감해지고,
때로는 그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억지로 해석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면 말은 오히려 벽이 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했던 말들이,
나중에는 서로를 오해하게 만들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했던 대화가
상처만 남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진심을 전하는 데 말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말이 적어도 느껴지는 마음이 있고,
말을 아껴도 전달되는 따뜻함이 있다.
그 반대도 있다.
말은 많지만, 그 안에 아무런 진심이 없을 때.
그럴 땐 오히려 고요함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진심은 눈빛에서, 태도에서, 행동에서 전해진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다.
말은 바꿀 수 있어도,
태도는 쉽게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보다 태도가,
말보다 침묵의 깊이가 더 진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무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는 그 손길,
서툰 말 대신 조용히 어깨를 토닥이는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진심이다.
그 어떤 말보다 더 깊게 마음에 남고,
오래도록 기억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말에 매달린다.
말을 요구하고,
말로 설명해달라고 하고,
말로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불안 때문이다.
확신이 부족한 자리에는 늘 말이 필요해진다.
그 말이 하나의 안전망처럼 느껴지고,
그 말을 들어야만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믿고 있다면,
굳이 매번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다.
진심은 말보다 훨씬 오랫동안,
상대의 삶과 표정과 일상 속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나누고 싶다면,
말을 너무 앞세우지 않아도 된다.
대신, 상대의 말 이면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침묵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지금 마음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차분히 바라보는 시선.

진심은 단어가 아니라 마음의 흐름이다.
그 흐름은 반드시 말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말이 방해가 되기도 하고,
침묵이 더 큰 진심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의 말보다 그가 보여주는 ‘방식’을 기억해야 한다.
그 사람이 내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왔는지,
어떤 태도로 곁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존재 자체가 얼마나 많은 위로였는지를.

말은 날아가지만,
마음은 남는다.
진심은 언제나,
그 말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4. 관계를 회복시키는 듣기의 힘 

우리는 보통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대부분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를 먼저 떠올린다.
어떤 표현을 쓰면 좋을지,
어떻게 사과해야 진심이 전달될지,
무엇을 말해야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 마디조차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말은 벽에 부딪혀 돌아오고 만다.

관계는 말로만 회복되지 않는다.
듣는 태도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진짜 듣는다는 건,
단순히 상대의 말을 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를
그 말 속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를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답할 말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상대가 말할 때 끼어들 준비를 하고,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지만 생각한다.
그 사이, 말은 공중을 맴돌고
진심은 또 한 번 어긋난다.

관계를 회복하려면
먼저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은 참을성이 아니라,
존중이다.

상대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말을 꺼냈는지를
말의 내용보다 먼저 살피는 것이
진짜 듣기의 시작이다.
그 말이 공격적이라 해도,
그 안에 담긴 서운함이나 상처를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세계로
잠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그곳은 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일 수 있다.
내겐 사소했던 일이
상대에겐 큰 충격일 수 있고,
내가 쉽게 넘긴 한마디가
상대에겐 오래도록 남은 상처일 수 있다.

듣기 위해선 내가 옳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이해하려는 태도는
내가 정답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내려놓는 데서 출발한다.
그게 없다면
듣는 척만 할 뿐,
사실은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내 입장을 강화하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상대가 말한 것보다
말하지 않은 것에 귀 기울여야 할 때도 있다.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무엇을 끝내 말하지 못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 침묵 속에 담긴 감정을 듣고,
그 침묵의 무게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관계는 다시 조금씩 온기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듣는다는 건, 결국
상대가 나에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일이다.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지적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있는 그대로 말해도 괜찮다는 느낌.

그 믿음이 생겨야
사람은 마음을 연다.
그리고 마음이 열려야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

듣는 사람의 자세에는 따뜻한 공기가 있다.
상대의 말이 길어지도록 허락하는 공기,
울컥한 감정이 흘러나오도록 받아주는 공간.
그 공기 안에서, 상처는 말로 정리되기 시작하고
두려움은 조심스럽게 이름 붙여진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건 환상일 수 있다.
그러나 말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그 현실이 반복될 때,
관계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어긋났던 마음도 조금씩 다가선다.

듣기의 힘은 조용하지만 강하다.
그건 무언가를 바꾸려는 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런 힘은 상대를 고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변화시킨다.

듣는다는 건,
말보다 깊은 대화의 시작이다.
관계를 다시 잇는 첫 실마리는
언제나 조용한 경청에서 비롯된다.

5. 다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용기

멀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서로의 마음에 균열이 생긴 후에는
그 틈을 아무렇지 않게 건널 수 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척 다가가는 것도 어렵고,
사과 한마디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다.
말을 꺼낸다는 건,
또다시 상처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연결은,
그 용기 위에서만 가능해진다.

사람 사이의 틈은 단숨에 생기지 않는다.
그건 오랜 시간 동안 말하지 못한 감정,
설명되지 않은 오해,
이해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이
조용히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시 가까워지고자 할 때는
상대가 아니라 나의 감정을 먼저 마주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오해했고,
어떤 말에 서운했고,
왜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무작정 화해의 말을 꺼내면,
그건 관계 회복이 아니라
불편함을 덮는 타협이 되어버릴 수 있다.
말은 했지만 마음이 따라오지 않고,
그 마음은 다시 멀어질 계기를 만들어낸다.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도 나만큼 혹은 그 이상 아팠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때로
상대의 잘못만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떠올리며
자신의 상처를 정당화하려 애쓴다.

하지만 연결은
상대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으로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그 손에는 약간의 떨림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완벽한 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자세다.
“내가 먼저 말 걸어도 괜찮을까?”
“혹시 이 말이 오해될까 봐 두려워.”
그런 망설임조차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용기의 언어가 된다.

연결은 완성된 문장보다
진심이 묻어나는 말에서 시작된다.
그 진심은 상대에게
“나도 여전히 마음이 있다”는 신호를 전한다.

그 신호 하나가 닿으면
상대도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열린 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감정이 오가고,
조금씩 예전의 따뜻함이 되살아난다.

다시 연결된다는 건
이전처럼 되돌아가는 게 아니다.
과거의 균열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음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시작은 늘 조심스럽지만,
그 조심스러움 안에는
깊은 진심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완벽한 말이 없어도 괜찮고,
멋진 사과가 없어도 괜찮다.

그저 “내가 너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
“아직도 네가 내 마음에 남아 있다”는
작은 표현 하나가
멈춰 있던 관계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용기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머뭇거리면서도 진심을 꺼내는 것,
그리고 때로는
과거의 나를 내려놓고
새로운 나로 다시 다가가는 일.

그건 아주 작지만,
가장 단단한 마음의 움직임이다.

다시 연결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 마음을 너무 오래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기대는
이제는 접어두고,
말해보지 않았으니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어보는 것.

그 가능성 위에
관계는 다시 자란다.

🌷 결론 – 마음이 닿을 때, 대화는 시작된다 

대화는 언제나 우리 삶의 중심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이자,
마음을 건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다리는 생각보다 자주 끊기고,
그 길은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굽어지곤 한다.

말은 우리를 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멀어지게도 만든다.
같은 말을 두고도 해석은 다르고,
같은 상황을 겪고도 마음은 다르게 남는다.
그래서 관계는 언제나 섬세한 감정의 조율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때때로 말로 인해 상처받고,
말이 없어서 더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침묵은 마음을 지키기 위한 방어이기도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오해와 불신이 자라나기도 한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우리가 ‘말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을 닿게 하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말은 수단일 뿐이다.
그 말 안에 담긴 진심,
그리고 그것을 전하려는 마음의 움직임이
진짜 대화를 만든다.

진심은 표현되지 않으면 닿을 수 없고,
해석되지 않으면 오해로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진심이 닿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마음도 열려 있어야 한다.

대화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다.
그건 주고받는 감정의 흐름이고,
때로는 침묵까지도 하나의 말로 받아들이는 깊은 이해다.

우리가 누군가와 다시 연결되고 싶을 때
해야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것,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해보는 것,
조금 더 용기 내어 다가가 보는 것.
그 작은 시도가 마음과 마음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 다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흔들려도 괜찮고,
한쪽이 조금 더 다가가야 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이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이해도,
언제나 옳은 말도 아니다.
단지 “내가 너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그 따뜻한 태도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태도가 말보다 깊게 닿을 때,
비로소 진짜 대화는 시작된다.
그 대화 속에서 오해는 천천히 풀리고,
불신은 조금씩 녹아내리며,
잊고 있었던 연결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잘 건네는 사람이
진짜 소통을 만든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나 당신 안에 있다.